반도체 vs 농업 : 생산관리의 극단적 차이와 새로운 해답

농업은 왜 반도체처럼 완전 통제가 불가능할까? 기후변화 시대 농업 생산성 향상의 핵심은 예측-예찰-대응 전략에 있습니다. 기후 변화 등 통제 불가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생산관리 방법인 ‘적응형 생산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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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8, 2025
반도체 vs 농업 : 생산관리의 극단적 차이와 새로운 해답

반도체와 농업 : 생산관리의 극단적 대비

생산관리의 정점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아마 농업이 자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수율 1%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급 계약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팹(Fab)은 먼지, 미생물 등을 극도로 제한하는 클린룸 환경을 유지하며, 온도는 20~22℃에서 ±0.5~2℃ 이내로, 상대습도는 40~60%에서 ±1~5% 이내로 엄격히 관리된 환경에서 모든 변수를 철저히 예측하고 통제한다.
반면 농업 생산은 어떨까? 원재료 투입부터 최종 산출물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까? 실제 겪어보니, 현재까지의 현실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농업은 본질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관리 자동화의 근본적 한계

1. 환경적 통제의 한계

식물 성장의 핵심인 광합성에 필요한 3대 요소 ‘광(光), 수분,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자연에서 공급받는다. Indoor Farm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지만, 현재까지는 채산성의 문제로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첨단 유리온실도 외부 일조량의 변화에 따라 내부 환경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일본의 완전제어형 식물공장도 전력 비용이 생산비의 25~35%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

농산물은 단순한 제조품이 아니기에 같은 품종 그리고 같은 환경에서도 개체별 생장 속도와 반응은 전부 다 다르다. 더욱이 식물 생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 조절보다도 적기 적소의 농작업 - ’정지작업, 적화작업, 제초작업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인적 요인의 중요성

여전히 농업에서 작업자의 숙련도는 공정의 핵심 변수다. 숙련된 농부가 보는 '작물의 표정'을 농업 IoT 센서나 AI, 로봇 등이 아직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병해충 초기 증상 판별, 생육 상태 평가, 수확 적기 판단 등은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관리의 통제 불가성, 정말 극복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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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농업 생산관리 관점에서의 완전한 통제 불가성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년의 경험에 기대어 찾아낸 나의 해답은
“예측(Prediction) → 예찰(Monitoring) → 대응(Response)”
의 3단계 전략이고, 이것이 농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부이다.

1단계 : 데이터 기반 예측 (Predictive Analytics)

예측은 단순한 날씨 예보가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이다.
여러 요인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갈수록 낮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의 외부 환경 변화를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
농업 생산자로서 해야 하는 건, 예측된 외부 환경 변화가 온실 내부 환경 변화에 끼칠 영향을 가늠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설에 끼칠 영향 / 내부 온습도에 미칠 영향 /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바꿀 수 있는 영향 / 그래서 작물 생육에 미칠 영향,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의 정도와 그 영향을 확인하는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 그것이 예측이다.
  • 1차 영향 : 외부 기상 변화 → 온실 시설 내부 환경 변화
  • 2차 영향 : 내부 환경 변화 → 작물 생리 반응
  • 3차 영향 : 생리 반응 → 병해충 발생 확률 변화
  • 최종 영향 : 종합적 변화 → 수량/품질 변화 예측
이를 위해서는 정량화된 임곗값 설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 외부 기온 5℃ 상승하면 → 온실 내부 온도 3℃ 상승 예상
  • 내부 온도 3℃ 상승하면 → 증발산량 20% 증가, 습도 15% 감소
  • 습도 15% 감소하면 → 응애류 발생 확률 30% 증가

2단계 : 정밀 예찰 (Precision Monitoring)

예찰은 예측 기반의 선택적 집중 관찰로 상태 변화를 빠르게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이다.
예찰은 예측과 조합하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예측 단계에서 설정한 임곗값을 기준으로 변화가 예견되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이상 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 능동적 예찰 : 위험 요인이 예측되는 시기에 관련 항목을 중점 관찰
  • 반응적 예찰 : 이상 징후 감지 시 관련 요인들의 연쇄적 모니터링
최신 IoT 센서와 드론,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사람의 관찰력과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3단계 : 신속 정확한 대응 (Rapid Response)

대응은 속도와 정확성의 조화다. 예측이 맞고, 예찰이 정확했더라도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에 없던 병해충과 생리장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대응 전략의 핵심은 :
  • 정보력 : 최신 연구 결과, 해외 사례, 동종 업계 정보의 신속한 수집과 분석
  • 판단력 : 수집된 정보를 현장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
  • 실행력 : 결정된 대응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행하는 조직 역량
이것은 결국, 경험 그리고 지식의 정도와 뗄 수가 없는 능력이다.

기술과 인간 지능의 융합

미래 농업의 생산관리는 기술과 인간 지능의 최적 조합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완전한 자동화가 아닌,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고 증강시키는 방향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
  • AI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
  • IoT 센서는 인간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 그러나 최종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경험과 직관이 핵심이다.
 

통제 불가한 ‘농업 생산 관리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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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같은 완전 통제형 생산관리를 추구할 수 없다. 대신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적응형 생산관리를 구축해야 한다.
‘예측-예찰-대응’ 전략은 농업의 본질적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현대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현실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의 미래는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그 변화에 지능적으로 적응하는 데 있고, 이를 위해서는 예측-예찰-대응 역량의 지속적 향상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 이론은 이제 그만, 진짜 농장에서 벌어진 일들이 기록된 시리즈 “스마트팜의 재구성” - 실전 편
아이오크롭스 AG팀이 직접 땀 흘려가며 농장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스마트팜 농장 운영 노하우
리얼한 농장 운영 스토리로,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장 운영에 대한 꿀팁과 생각이 가득한 글입니다. 매일 마주한 예상치 못한 문제들, 그 해결 과정까지 생생하게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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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크롭스는 농업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지식을 바탕으로 농업 생산 관리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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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아이오크롭스 AG팀 이민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옮겨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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